卍 불교 교리 강좌

거북을 죽이는 법

갓바위 2022. 6. 11. 08:53

어떤 나라의 왕에게 왕자 하나와 공주 하나가 있었다. 왕은 왕자와 공주를

매우 사랑하여 궁궐 안에 두 아이가 놀 수 있는 커다란 연못을 만들어주었다.

연못이 완성되자 왕자와 공주는 신이 나서 연못 속으로 뛰어들어 멱을 감았다.

 

그때 한쪽 눈이 멀어버린 거북 한 마리가 길을 잘못 들어 연못 안에 들어와 있었다.

눈먼 거북이 물속에서 놀고 있다가 문득 두 아이의 몸에 닿게 되었다.

두 아이는 화들짝 놀라 연못에서 뛰쳐나왔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왕이 두 아이에게 물었다.

"왜 놀라느냐? 연못 속에 무엇이 있는가?'

"연못 속에 괴물이 있는게 틀림없어요."

 

왕은 화가 나서 신하들에게 소리쳤다.

"연못에 그물을 쳐서 괴물을 잡아내라!"

신하들이 연못에 그물을 치자 거북 한 마리가 걸려 올라왔다.

 

왕은 거북을 바라보다가 신하들에게 말했다.

"이놈은 등이 딱딱하고, 목이 껍질 속에 들어가 있으니

죽이기가 쉽지 않겠구나. 어떻게 죽이면 좋겠는가?"

 

곁에 있던 여러 신하들이 고개를 조아리며 대답했다.

"머리를 꺼내어 베어버리십시오." "불에 태워 죽이십시오."

"잘게 썰어서 아예 국을 끓이십시오."

 

그 말을 듣고 있던 왕이 화를 내며 소리쳤다.

"이놈은 왕자와 공주를 해치려 한 놈이다. 그 정도로는 분이 풀리지 않을 것이다."

그때 한 신하가 말했다.

 

"그렇게 죽이는 것은 아무런 고통도 주지 못할 것입니다.

험한 파도 속에 내던져 숨이 막혀 죽도록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안 됩니다. 제발 그것만은......"

 

거북이 벌벌 떠는 것을 본 왕은 입가에 흐믓한 미소를 지으며 신하들에게 명했다.

"이놈을 험한 바다 속에 집어넣어 오랫동안 고통을 느끼며 죽도록 하라!"

 

왕의 명령에 따라 신하들은 거북을 바다에 던져버렸다.

거북이 파도에 휩쓸려 사라지자 신하들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했다.

"흔적도 없이 죽어버리는군."

 

*출전 : <<육도집경>> 권5 <인욕도무극장> / <<백유경>> 98

한가지 편견에 사로잡히지 말라.

죽는다고 여기는 길이 다른 이에게는 살아나는 길이 될 수도 있다.

반대로, 남들은 다 죽는 길이라 여겨도 나에게는 살아나는 길일 수도 있다.

불교가 정말 좋아지는 불교 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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