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 불교 교리 강좌

부러워할 게 따로 있지

갓바위 2022. 6. 17. 09:23

 

깊은 숲 속에 원숭이 무리가 살고 있었다.

원숭이들은 크게 두 무리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무리마다 원숭이 왕이 있었다.

어느 날 한 무리를 이끌고 있던 원숭이가 이웃 무리를 모두 차지하기 위해

다른 원숭이 왕에게 싸움을 걸었다. 그리하여 두 무리 사이에는 큰 전쟁이 벌어졌다.

 

하지만 먼저 싸움을 걸었던 원숭이가 싸움에서 지고 말았다. 원숭이 왕은 결국 살아 남은

몇몇 부하들만 거느린 채 숲에서 쫓겨났다. 원숭이 왕은 숲에서 나와 넓은 바닷가에 이르렀다.

그가 바다를 바라보니 커다란 파도가 일어나는게 그 높이가 엄청났다.

 

원숭이 왕은 파도를 바라보며 부하들에게 외쳤다.

"아아, 저것이 말로만 듣던 설산(雪山)이로구나!"

왕의 말에 부하들은 모두 입을 벌리고 거대한 파도를 바라보았다.

원숭이 왕은 겹겹이 몰아치는 파도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오래 전 조상들로부터 크고 흰 산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전해 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그 산은 온갖 맛있는 열매와 향기로운 꽃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러니 내가 먼저 가서 확인해보아야겠다.

만약 그 말이 사실이라면 나는 그곳에 머물며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말이 틀렸다면 다시 돌아와 너희들에게 말하리라."

 

원숭이 왕은 높은 나무 위로 올라가 파도를 향해 힘껏 몸을 던졌다.

남아 있던 부하들은 왕이 커다란 거품 속으로 사라지자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해가 저물도록 왕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때 원숭이 한 마리가 동료들을 향해 소리쳤다.

 

"왕은 돌아오지 않는다. 분명 저 산에는 맛있는 열매와 향기로운 꽃으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나는 왕을 따라 저 산으로 뛰어들리라."

부하 원숭이는 왕이 그랬던 것처럼 높은 나무 위에 올라가 힘껏 몸을 던졌다.

 

그러자 뒤에 있던 나머지 원숭이들도 하나둘 그의 뒤를 좇았다.

결국 원숭이 무리는 한 마리도 빠짐없이 모두 바다에 뛰어들어 빠져 죽고 말았다.

 

*출전 : <<법구비유경>>권3 <지옥품> /

<<경률이상>> 권39 / <<잡비유경>>(후한록 본) 下 . 27

한 사람의 그릇된 판단이 무리 전체에게 위험을 안긴다.

미련한 지도자에게 미래를 맡겨서는 안 된다.

자신에게 미래를 판단할 능력이 없다면, 현명한 지도자를 선택하는 수밖에 없다.

불교가 정말 좋아지는 불교 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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