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 ~ 어둠속 등불

승가야사와 아귀

갓바위 2022. 8. 14. 08:06

석존께서 사위국의 기원정사와 영취산에서 많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설법하신 교법은 그 뒤 훌륭한 고승들에 의해서 전해져 내려오다가

이윽고 용수보살이라는 고승에게 전해졌다.

 

다시 용수보살의 교법은 데바(提婆), 라후라(羅 羅),

승가난데(僧伽難提)를 거쳐 승가야사(僧伽耶舍)에게 전해 졌다.

 

승가야사는 지혜와 변설이 함께 일세에 탁월하여 많은 사람들을 제도한 분인데,

이것은 그가 출가하여 아직 오달을 얻지 못했을 무렵의 이야기다.

 

어느 날이었다. 행각을 나가 바닷가에 이르자

실로 눈부시는 아름다운 칠보 장엄한 궁전이 있었다.

승가야사는 곧 그 궁전에 가서 게(偈)를 외우며 공양을 청했다.

 

『굶주림은 제일의 병이오, 행(行)은 제일의 고(苦),

이 같은 법의 진리를 알게 되면, 열반의 길을 얻으리라.』

 

이때 궁전의 주인이 몸소 나와서 그를 맞아들이고 자리를 깔아

좌석을 마련한 다음, 『아무쪼록 이리로 올라오십시오.』

하고 정중히 접대했다.

 

승가야사는 그가 권하는 대로 그 궁전에 들어가서 주위의

아름다움을 휘둘러 보며 가다가 거기에 두 아귀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게다가 몸은 쇠사슬에 묶여 있었고 목우한 침대에 각각 매달려 있었다.

 

그 곁에는 하나의 밥그릇이 놓여 있는데,

밥과 야채 절이 반찬을 가득히 담아 두었고, 병에는 물을 가득 넣어 두었다.

궁전 주인은 이 먹을 것을 들고 승가야사에게 보시하며 말했다.

 

『대덕이시여, 아무쪼록 이 아귀에게는 먹을 것을 주지 마십시오.』

하고 승가야사에게 몇 번이나 당부했다.

 

그러나 승가야사는 그런 당부를 주인으로부터 받기는 했지만

아귀들의 굶주려 지친 모습을 차마 볼 수 없어서, 밥을 조금 덜어 주었다.

 

아귀는 고맙다는 듯 이것을 맛있게 받아먹더니 갑자기 검붉은 피를 토해

그것이 온 방안에 흘러서 그 아름다운 궁전을 더럽혔다.

 

이것을 보고 대경 실색한 것은 승가야사였다. 곧 주인에게 이것을 물어보았다.

『여보시오? 이 아귀는 도대체 무슨 인연으로 이처럼 참혹한 죄보를 받게 되었습니까?』

 

『질문하시는 것도 당연합니다.

말씀드리기도 부끄럽습니다마는 이 아귀 중에 하나는 전세에 제 자식 놈이었습니다.

또 하나는 그 자식놈의 아내 즉, 제 며느리였었지요.

 

제가 옛날 보시를 해서 여러 가지 공덕을 쌓은 일이 있습니다.

그때 이 부부들은 항상 물건을 아까와 하고 그럴 때마다 성을 내고 했기 때문에,

제가 여러 가지로 타일렀지만 항상 이것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맹서를 했지요.

 

「죄업은 반드시 악보를 얻는 것이다.

그러나 죄를 받았을 때는 나는 너희들과 만나게될 것이다.」

하고 맹세를 했지요.

즉, 말하자면 그 인연으로 지금 이런 고뇌를 받고 있는 것입니다.』

 

하고 대답했다.

승가야사가 거기를 나가니 어떤 훌륭한 당각(堂閣)이 있었다.

그 안에는 경을 읽고 좌선하는 승려들로 가득 차 있었다.

 

식사시간에 이르자, 죽비를 쳤으므로 많은 중들이 식당으로 모여들었다.

그런데 막 식사가 끝나려고 할 때 찬이 갑자기 변해서 농혈(膿血)이 되었다.

 

일동은 모두 일어서더니 서로 바리때를 가지고 머리를 때리며 일대 난동이 벌어졌다.

머리에서는 피가 흐르고, 몸은 상처가 나서 피투성이가 되었다. 그들은 크게 울부짖었다.

『왜 먹는 것을 아까워 했다고 해서 이토록 괴로움을 받아야 한단 말인가!』

 

이런 광경을 목도한 승가야사는 너무나 놀라워서 그 이유를 물었다.

그 중의 한 사람이 말해주었다.

 

『대덕님, 우리들은 선세의 가섭불(伽葉佛)시대에 모두 함께 있었습니다.

어느 날 거기에 한 손님으로 어떤 스님이 오신 일이 있었습니다.

모두들 노여움과 물건을 아까워하는 마음으로 서로 음식을 내지 않았습니다.

그 인연으로 오늘날 이런 고난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승가야사는 대해를 골고루 편력 주유하여 지옥을 거의 오백이나 보았다.

그리하여 깊이 그것을 혐오하는 마음과 두려워하는 마음이 생겨 이렇게 생각했다.

 

「세상에서 업을 지으면 그것이 끝나버리는 것이 아니다. 어디까지라도 따라다닌다.

마치 그림자가 형 체를 따르는 것처럼. 누가 이것을 떼어낼 수 있단 말인가?

나는 이제 방편을 써서 이것들로부터 헤어날테다.」

 

하고 오래 관찰 사유한 끝에 마침내 육통삼명(六通三明)에 통달하여 아라한의 지위를 얻은 것이다.

그때 어느 산림 속에 오백명이나 되는 선인(仙人)이 범천(梵天)의 행복을 얻으려고 고행을 닦고 있었다.

 

승가야사는 거기에 가서 이들을 위해 삼게(三偈)를 해설하여 불ㆍ법ㆍ승의

삼보를 찬탄했으므로 오백의 선인(仙人)들은 함께 출가하여 불도에 귀의하게 되었다.

이와 같이 승가야사는 널리 불사를 이루어, 교화를 마친 후 조용히 열반에 드셨다.

관련 문헌 : 부법장인록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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