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 ~ 어둠속 등불

신선과 왕도(2)

갓바위 2022. 8. 16. 09:05

대왕의 죽음은 순식간에 나라 안에 퍼졌다.

백 사람의 신하는 울면서 달려오고, 백 사람의 부인은 눈물에 젖어 몸을 땅위에

내어 던졌으며, 군중은 왕궁 앞에 모여들어 눈물에 소매를 적시었다.

 

그러나 대왕의 죽음을 가장 슬퍼해야 할 사람은 말할 것도 없이 왕자이어야 할 것이다.

셋째 왕자는 아버지의 죽음을 당하여 슬픈 나머지 쓰러져 괴로워하다가 마침내 한때는 기절을 하였을 정도다.

그러나 첫째 왕자는 그저 잠자코 눈물 하나 흘리지 아니하였다.

 

둘째 왕자는 아버지 머리맡에 앉아서 약간 눈물을 흘렸을 뿐이었다.

다같이 대왕의 피를 받은 세 사람의 왕자의 세 가지 모습의

이 정경은 여러 신하들에게 이상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였다.

 

그 중에서도 정승은 특히 이상하게 생각하였다.

백 사람의 대신 중에서 정승 벼슬에 있던 사람은 죽은 대왕의 작은아버지인데,

대왕이 살아 계실 때에는 최고 고문으로서 나라일은 모두 이 정승이 처리했던 것이다.

 

그 정승이 세 왕자의 서로 다른 이 자리의 정경을 보고,

그들의 생각은 각각이라고 마음 속에 생각하고, 먼저 첫째 왕자에게 물었다.

 

『왕자님, 대왕께서는 지금 막 돌아가셨습니다.

여러 신하들도 이미 모여서 눈물에 잠겨 있습니다.

그런데, 첫째 왕자인 당신은 눈물 하나 안 흘리고 잠자코 앉아 계시니,

그래서야 인정이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정승이여, 인정이 무엇이든 또 세상의 관습이 무엇이든 나에게는 관계없는 일이오.

나는 아버지와 아무런 인연도 없는 사람이요.

셋째 왕자만이 왕자이지, 우리 두 사람은 말하자면 손님이나 마찬가지이다.

그저 잠깐 동안 함께 살았다는 것뿐이요.』

 

첫째 왕자의 상도를 벗어난 대답은 드디어 정승의 부아를 터뜨렸다.

『무슨 말씀이시오. 아버지 대왕이 돌아가신 뒤에는

첫째 왕자가 응당 왕위는 이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또 첫째 왕자님께 지장이 있으면 그 때에는 둘째 왕자가 되는 것이 당연한 순서입니다.

그런데 셋째 왕자만이 왕자라는 따위의 말씀은 천만 당치도 않은 말씀입니다.』

 

아까부터 이 문답을 옆에서 듣고 있던 셋째 왕자는 이제는 자제할 힘조차 없었다.

그는 갑자기 첫째 왕자의 발을 붙잡고,

 

『형님, 나는 보시다시피 아직 매우 어린 몸입니다.

따라서 왕위에 오른다는 것은 천만부당한 일입니다.

나는 지금까지 그런 일을 생각해 본 일조차 없습니다.

형님이 왕위에 오르는 것이 당연하고도 남는 일입니다.

제발, 이런 때에 쓸데없는 말씀은 하시지 말고,

왕위를 계승하실 것을 저로서도 정식으로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나더러 왕위에 오르라고 아무리 말하여도 그것은 결국 불가능한 일이다.

아버지는 임종에 즈음하여 왕위 계승의 칙명을 이미 너에게 내린 것이다.

나는 아버지의 칙명을 받지 않았다.

 

이것도 저것도 모두 아버지의 잘못이면 잘못이지 네 죄는 아니다.

이 이상 여기에 머물러 있어도 아무런 소용도 없는 것이니,

산속으로나 들어가서 신선의 길을 찾아 정지의 일로를 매전하고 싶을 따름이다.』

 

두 왕자는 울면서 말리는 셋째 왕자를 흘겨보며,

붙잡는 소매를 뿌리치고 그 자리에서 궁전을 떠났다.

그리고 이 세상에 일체의 희망을 미련 없이 버리고 깊은 산 속을 헤치고 들어가,

신서의 길을 찾아서 열심히 정진의 길을 걸었다. 그리하여 얼마 아니하여 신통을 얻게 되었다.

 

그들은 산을 옮겨 놓고, 강물을 멈추며, 손으로 해와 달을 잡아 당기고 하는

놀라운 신통력을 가끔 자유자재로 나타내는 것이었다.

관련 경전 : 칠불팔보살신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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