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9 33

왕자와 악마의 출가 문답(4)

마왕은 왕자의 영리한 말을 듣고, 암만해도 설법하기 전에 맹세를 시킬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이렇게 말하였다. 『그렇소, 당신의 말대로 듣기도 전에 맹세를 하는 것은 슬기로운 이의 법이 아니오. 그러나 당신은 이것만은 믿어 주어야 되겠소. 대체 무슨 일이든 잘못이 많고 일과 잘못이 적은 일이 있을 경우에 그 많은 것은 버리고 적은 것은 취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은 말이요.』 왕자는 그 자리에서 반대하였다. 『당신은 그 무슨 모르는 말을 하시오. 많든 적든 간에 잘못이 있는 것이라면 모두 버려야 하소. 예컨대, 많은 독이나 적은 독이나 사람을 해하기는 마찬가지요. 국왕의 진지에 독이 있든 천한 사람들의 밥에 독이 있든 사람에게 해가 되기는 마찬가지요, 그러니까, 슬기로운 이는 조금이라도 잘못이 있는 것에는..

우산지목ㅣ牛山之木

○ 갈등을 털고 옛 영광을 되찾자는 다짐 ○ 兼(겸할 겸) 聽(들을 청) 則(곧 즉) 明(밝을 명) 울창한 숲이 민둥산이 되다, 갈등을 털고 옛 영광을 되찾자는 다짐을 말한다. 우산지목(牛山之木), 중국 齊(제)나라에 있었던 牛山(우산)의 나무(之木)란 이 성어는 원래의 모습을 잃고 황폐해진 상태를 가리켰다. 그간 산에 해를 끼친 인간의 행위를 반성하고 본래의 울창한 모습을 되찾자는 다짐도 포함한다. 山東(산동)성을 중심으로 한 제나라의 수도 臨淄(임치) 가까이에 우산이란 산이 있었다. 처음 나무가 우거져 있었는데 수많은 사람들이 드나들면서 땔감과 재목으로 쓰기 위해 베어갔다. 孟子(맹자)는 告子(고자) 상편에서 말한다. ‘우산의 숲은 예전에 아름다웠지만, 대도시의 근교에 있어서 사람들이 도끼나 자귀로 ..

고사 성어 2022.09.06

부처님의 32상 80종호에 대하여

불상이 만들어지기 시작하자 불상조성은 불교미술의 중심을 이루면서 활발히 이루어진다. 인도의 간다라(Gandhara)와 마투라(Mathura)에서 시작된 불상 형식은 불교사상의 발달과 더불어 불교 존상 전체에 걸쳐 매우 복잡하고 독특한 양상을 나타내지만 불교문화권에서 조성된 불상들은 나름대로 가다듬어지면서 일정한 공통된 원칙이 마련되는데, 이러한 법식을 일러 조상의궤(造像儀軌)라 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부처님을 표현하는 방법인 32상 80종호이다. ‘32상 80종호’란 부처님을 형상화하는데 가장 기본이 되는 부처님만이 지닌 독특한 용모 이른바 특상을 일러 말한다. 이러한 부처님 용모의 특징은 경전마다 조금씩 다르며 실제로 불상을 조성할 적에 이 특징이 다 표현되는 것도 아니다. 본래 이러한 특상관이라는 ..

卍 ~불교 상식 2022.09.05

왕자와 악마의 출가 문답(3)

왕자는 부처님의 발에 절하고, 부처님을 세 번 돌고, 부모님 계신 곳으로 갔다. 그 도중에 집념이라는 하늘의 마왕이 있어, 왕자의 출가 도구의 뜻을 방해하려고 그 앞을 가로막고 하는 말이, 『그렇게 급히 어디로 가십니까. 잠깐만 기다려 주시오. 물어 보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왕자가 이에 대답하였다. 『나는 부처님 계신 곳에서 왔소. 무상의 법을 들었으므로 이제부터 그것을 닦고 행하는 것이오.』 악마는 말하였다. 『불도를 구하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먼저 속세의 즐거움을 충분히 맛보고 그런 뒤에 출가를 하시오. 당신은 존귀한 왕가에 태어났으며, 집안의 재산은 한없이 많소. 먼저 속세의 즐거움을 누리지 않으면 뒤에 반드시 후회할 날이 있을 것이오. 존귀한 왕가에 태어나기란 힘드는 일이며, 숱한 재물이란 ..

귀와 눈을 닫지 말고 관심을 표시하라

어느 나라에 왕이 있었는데 자신을 치장하는 것에만 시간과 정성을 쏟는 것이 그의 일과였습니다. 백성은 어떻게 살든지 왕은 자기만을 생각했습니다. 왕은 매일 아침에 여러 장식이 주렁주렁 달린 눈부신 의복을 입고 거울 앞에서 뽐내며 자기 모습에 기쁨을 느꼈습니다. 반면 백성들은 과다한 세금과 흉년으로 고통당하고 있었고 굶주림과 싸워야 했습니다. 왕은 이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왕과 나라를 진심으로 걱정한 한 신하가 왕이 매일 들여다보던 거울을 몰래 치워버렸습니다. 다음날 왕은 평상시처럼 자기의 모습을 보려고 거울을 찾았으나 거울은 보이지 않습니다. 거울을 찾던 왕은 거울이 있던 자리의 창문을 우연히 보게 됐습니다. 그런데 창문 밖,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왕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

변화무상ㅣ變化無常

○ 늘 변화하여 일정하지 않음 ○ 變(변할 변) 化(될 화) 無(없을 무) 常(항상 상) 장자의 雜篇(잡편) 중에서도 마지막 天下(천하)편은 중국 고대의 학술을 몇 개의 범주로 나누고 각각의 특징과 사상가들을 소개한다. 후학들이 편찬했다는 말대로 莊周(장주)도 설명하는 부분에 성어가 나온다. ‘적막하여 형체가 없으며 끊임없이 변화하여 일정한 모습이 없다 (芴漠無形 變化無常/ 홀막무형 변화무상), 죽음과 삶은 천지와 나란히 함께 있고, 신명과 함께 변해 간다(死與生與 天地並與 神明往與/ 사여생여 천지병여 신명왕여).’ 芴은 황홀할, 희미할 홀. 芴漠(홀막)이 寂漠(적막)으로 나오는 곳도 있다. 그러면서 장자는 아득히 멀기만 하고 만물이 눈앞에 펼쳐져 있어도 돌아가 의지할 만한 곳이 없다고 했다. 그는 이런..

고사 성어 2022.09.05

학택지사ㅣ涸澤之蛇

○ 물 말라버린 못의 뱀, 남의 위력을 빌려 과시함 ○ 涸(마를 학) 澤(못 택) 之(갈 지) 蛇(긴 뱀 사) 상관이 분수에 넘치는 행동을 않는데도 소인배들이 거들먹거리는 것은, 여우가 호랑이를 꾀어 함께 숲을 어슬렁거리자 다른 동물들이 무서워 모두 피한다는 狐假虎威(호가호위)라는 좋은 비유가 있다. 물이 말라버린 못(涸澤)에서 옮겨가는 뱀(之蛇)의 이야기도 비슷하다. 다만 여기에는 여우의 잔꾀만이 아니고 섬김을 받으려는 호랑이의 아량도 포함돼 있다. 韓非(한비)가 쓴 '韓非子(한비자)'에 이 이야기가 실려 있다. 齊(제)나라에 田成子(전성자)라는 대부가 있었다. 그가 군주를 살해하고 실권을 장악했다가 실패하여 이웃 나라로 도망가게 되었다. 모시고 있던 鴟夷子皮(치이자피, 鴟는 솔개 치)란 사람이 관문을..

고사 성어 2022.09.05

기천정신ㅣ己千精新

○ 남이 하는 것보다 더 많이 노력한다. ○ 己(몸 기) 千(일천 천) 精(정할 정) 新(새 신) 남이 한 번 해서 잘하게 되면 자기는 백 번을 하고, 남이 열 번 해서 잘 하게 되면 자기는 천 번을 한다는 뜻. "남이 한 번 해서 잘하게 되면 자기는 백 번을 하고, 남이 열 번 해서 잘 하게 되면 자기는 천 번을 한다. 어떤 일에서라도 이 방법을 잘 해낸다면 아무리 우매한 자라도 반드시 총명해질 것이고 아무리 유약한 자라도 반드시 굳세어져서 일을 해낼 수 있을 것이다."

고사 성어 2022.09.04

주모의 기둥서방 사연

주모가 갈림길에 섰다. 기둥서방을 들일 건가 말 건가? 서로 장단점이 있다는 걸 주모는 잘 알고 있다. 장점은 대충 이렇다. 사람들이 과부라고 깔보지 않는다. 엿장수고 갓장수고, 늙은 놈이나 젊은 놈이나, 양반이나 상것이나 노소귀천을 가리지 않고 양물을 찬 놈들은 과부 치마 벗길 궁리만 한다. 술에 취해서 주막이 파한 후에 안방으로 쳐들어오지 않나, 곰방대에 불 붙인다며 부엌에 들어와 술상 차리는 주모의 치마 밑으로 손을 넣지 않나…. 든든한 기둥서방이라도 있으면 이런 꼴은 당하지 않는다. 그뿐만이 아니다. 술 처먹고 밥 처먹고 나서 돈 없다고 치부책에 외상 달아놓으라고 뻔뻔스럽게 나오는 놈들도 부지기수다. 해가 바뀐 외상도 갚을 생각을 하지 않는 놈들이 어깨가 떡 벌어진 기둥서방이 치부책을 코앞에 펼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