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 불교 교리 강좌 2975

화장실 낙서에서도 배워보자

화장실 낙서에서도 배워보자 ​ 우리가 지향하는 발전이란 더 좋고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것인데 우리들은 우리의 자연을 자꾸 훼손하면서 다른 나라의 자연을 구경하기 위해 많은 달러를 지불하며 떠나가고 있다. 옳은 일만 배우고, 그른 일은 흉내도 내지 말자. 나보다 앞서간 사람은 사심 없이 공경하고, 나보다 뒤처진 사람은 정성껏 도움 주며 살아가자. 기상과 동시에 오늘도 착하게 살겠다고 다짐하고, 취침 전에는 차분한 명상을 통하여 하루를 깊이 반성한 후 숙면에 들어가야 한다. '차분한 마음'은 선정과 연결되고, '깊이 생각함'은 지혜를 일으켜 세워준다. 명상의 '명(暝)'은 '어둡고 깊다, 고요하다'라는 뜻이고, '상(想)'은 '생각하다'라는 뜻이다. 명상을 하면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타인에 대한 배려..

무진등으로서 영원하라

무진등(無盡燈)으로서 영원하라 ​ 언제나 새로운 아이디어와 끝없는 지적 호기심으로 가득한 사람이 되어보자. 의상 스님은 '법성게'에서 "우보익생만허공(雨寶益生滿虛空), 중생수기득이익(衆生隨器得利益)"이라 하였다. 즉, 단비가 내려도 스스로 준비한 그릇만큼만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자신의 마음 그릇에 따라서 온 세상을 다 품을 수도 있고 바늘구멍보다 작은 졸장부로 전락할 수도 있다. 갓 쓰고 박치기를 해도 제멋이라, 필자는 산사에 앉아 우주가 선물한 새벽 기운을 받으며 고요히 내면을 들여다보면서 이 시대의 수행자로 태어난 것을 한없이 감사한다. 사람들은 신체 건강과 돈을 버는 것 중 어떤 것을 더 중요시할까? 재는 넘을수록 높고, 내는 건널수록 깊은 것이다. 내가 이렇게 누리고 있을 때 그 누군가는 많이..

우리는 만나야 한다

우리는 만나야 한다 ​ 오래전부터 꽃 피는 계절마다 만나는 차 모임이 있습니다. 각자 차와 다과와 간단한 음식을 준비해서 만나는 모임입니다. 매화가 필 무렵이 되면 악양 동매골에 매화차회를 하기위해 벗들이 모여듭니다. 퇴계의 《매화시첩》을 읊조리고 매화 띄운 차 한 잔을 마십니다. 연꽃이 피면 무 안 회산방죽이나 강진 금당연못의 연꽃과 함께 연꽃을 노래하고 차를 마십니다. 산국이 피면 땅끝마을로, 눈꽃이 피면 봉화 청량사로 모입니다. 맑은 차 한 잔과 귀담아 들을 지혜의 이야기와 속사정을 살피는 만남은 참으로 반갑고 기쁘기 한량없습니다. 다산선생도 시 짓는 친구들과 함께 모임을 만들고 《죽란시사첩竹蘭詩社帖》 서문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살구꽃이 처음 피면 한 번 모이고, 복숭아꽃이 처음 피면 한 번 모이..

전미개오

전미개오(轉迷開悟) ​ 인생은 고해여서 가혹하고 억울한 일들이 많다. 겉모습은 화려해 보여도 속내는 말하지 못할 아픔과 슬픔이 내재해 있어 죽지 못해 사는 사람도 있고, 울고 싶어도 울지 못하고, 죽은 사람처럼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재벌 남편과 이혼하면서 자식까지 빼앗기고 피눈물을 흘리며 사는 사람들도 있다. 또 알고도 죽는 해수병처럼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일을 계속하는 사람들도 있다. 인생은 잔인하여 내 운명의 공이 어디로 튈지 나도 모르는 것이다. 불평하거나 화내지 말고 사려 깊은 행동을 하며 살아가자. 바다 한 가운데에 떠 있는 작은 섬처럼 거친 세파 속에서도 평화로움을 유지해보자. 어리석은 사람은 홍수에 떠내려가면서도 날이 가물 징조라며 앞날을 예견한다. 나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손 내밀..

잔칫상 받는 기분으로 기쁘게 살아가자

잔칫상 받는 기분으로 기쁘게 살아가자 ​ 자기중심적인 사람들은 내 자식, 내 가족 챙기기에만 바쁘고, 나눔과 봉사를 하면서도 은근히 그 대가를 기다리기도 한다. 굶주린 길고양이에게 찬밥 한 덩이라도 나누어주는 작은 여유라도 가지며 살아보자. 큰 콩 싸라기나 작은 쿵 싸라기나 그게 그거다. 재산이 많고 적음을 따지지 말고, 권위나 관념도 버리고, 배고프면 먹고, 고단하면 자며 순리대로 살아가자. 삶을 수시로 개과천선(改過遷善)하지 않으면 담뱃불 하나가 온 산을 태우는 것처럼 무서운 결과를 가져온다. 이건 아니다. 싶으면 망설이지 말고 당장 뜯어고치자.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맞는지, 정말 옳은 것인지 따져보아 옳지 않으면 즉시 고쳐가자. 승가에 탁발수행이 있다. 밥을 비는 수행으로, 중생에게는 나눔의 선업..

거짓의 모래성은 결국 무너진다

거짓의 모래성은 결국 무너진다 ​ 산의 정상은 하나지만 오르는 길은 여러 갈래가 있다. 방향을 잡고 등산을 시작했으면 다른 길에 미련 두지 말고 가는 길에만 충실해야 한다. 번뇌 망상은 자신에 대한 고문이다. 사람들은 행복하게 사는 것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성공을 우선시 하며 살아가기 때문에 삶의 과정이 괴로운 것이다. 현재에만 충실하면 평화롭게 살 수 있다. 자고 나면 인심도 세상도 다 변하지 만, 패가망신이란 것은 언제나 진실하지 못한 사람에게고 찾아오는 선물이다. 입을 열면 진실만을 말하자. 거짓은 비열하고 경멸스러운 것이다. 거짓말하는 것은 작두 밑에 목을 들이미는 것처럼 위험한 짓이다. 항상 거짓은 거짓을 낳고 진실은 진실을 낳는다. 거짓의 모래성은 결국 무너지고 만다. 보다 큰 뜻을 세워보자...

청소부 스님

청소부 스님 ​ 100년 남짓 주인 없어 기둥이 썩고 지붕이 내려앉은 미황사. 27년 전 이곳에 한 스님이 찾아들었습니다. 현공 스님입니다. 스님은 걸망을 내려 놓자마자 빈 쌀 포대와 집게를 챙겨 들고 도량 곳곳 널려 있는 쓰레기를 줍고 무성한 잡풀을 베어냈습니다. 그렇게 석 달 동안 쉬지 않고 40여 포대의 쓰레기를 치웠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미황사에 청소부 스님이 찾아 왔다고 수군댔습니다. 묵은 쓰레기를 다 치우고 난 뒤 스님은 손에는 줄자 하나가 쥐어져 있었습니다. 대웅보전의 기둥이며 응진당의 서까래, 심지어 마루판까지 스님은 재고 또 쟀습 니다.그렇게 거듭 숙고한 뒤 스님은 전체 도량을 다시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무엇 하나 허투루 하지 않았습니다. 돌멩이 하나 옮기는 데도 오랜 생각의 흔적..

삶의 속도를 잠시 늦춰보라

삶의 속도를 잠시 늦춰보라 ​ 인생을 살면서 세상에 크게 기여는 하지 못할지라도 선한 마음으로 분수껏 남을 돕고 살아보자. 그래야 만복을 누릴 수 있다. 집은 그저 비바람 가릴 정도면 족하고, 의복은 몸 가릴 정도면 족하며, 음식은 영양실조 안 걸릴 정도면 충분한 것이다. 60년대에는 배가 고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배고프지 않으니까 마음과 정신이 안정되어 평화롭고 질서정연해졌다. 이제는 자신과 자기 가족의 행복만을 위하는 눈 부릅뜨고 평지풍파 일을키지 말고, 천둥 치는 날 놀란 송아지마냥 허둥지둥 대며 살지 말자. 그보다는 차라리 창공에 뜬 백구를 잡는 것이 빠를 것이다. 남을 의식하여 겉모양만 갖추려 하지 말자. 그런 행위는 허공을 향하여 고함 치는 것이나 깊은 계곡에서 산짐승이 울부짖는 것과 흡..

고요한 마음은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서나 깨달음은 나타난다

고요한 마음은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서나 깨달음은 나타난다 ​定 慧 ​ 10여 년 전 선운사에 모셔진 백파 선사의 비문을 탁본한 일이 있다. 백파 선사의 정식 비문의 이름은 '화엄종주백파대율사 대기대용지비 華嚴宗主白坡大律師 大機大用之碑', 추사 김정희가 짓고 썼다. 백파 선사는 당대 최고의 선사로 조사선 입장에서 '〈선문수경禪門手鏡〉' 이라는 글을 썼는데, 젊은 초의 선사가 '선문사변만어禪門四辨漫語'라는 글로 이를 반박했다. 백파 선사에게서 답이 오지 않자, 이번에는 초의 선사의 지기인 추사가 '망증십오조妄證十五條', 백파 선사가 15가지 망발을 했다는 편지를 보냈다. 추사의 젊은 패기와 치기가 다분히 섞인 내용이었다. 훗날 추사가 존경과 추모의 마음을 가득 담아 백파의 비문을 짓고 적으니, 추사 가 만년..

자신을 정확히 알면 지혜가 싹튼다

자신을 정확히 알면 지혜가 싹튼다 삶과 죽음은 한 몸이다. 죽음이 없으면 삶도 없다. 삶과 죽음이 만나는 접점은 임종(臨終)이다. '관경'에서는 임명종시 (臨命終時)라고 하는데 그 말은 '목숨이 끊어지려고 할 때'라는 뜻이다. 우리는 숨이 넘어가기 전 살아생전에 선을 행하고 공덕을 쌓아야 한다. 사소한 것에 집착하는 마음이 스스로를 망가뜨린다. 만남은 찰나지만 이별은 영원할 수도 있다. 그래서 마음 다스림이 중요하다. 수행이란 돌을 갈아서 거울 만드는 것이 아니다. 본래의 자신이 거울처럼 맑은 부처란 것을 알아내는 것이다. 자신을 정확히 알아야만 지혜가 싹튼다. 사람은 자연 속에 살면서도 자연의 고마움을 잊고 살며, 부모, 형제, 이웃들의 고마움마저 잊고 살아간다. 오늘이 축복의 날이며 기적의 날이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