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잠을 뚫고 들려오는 도량석 소리는 왜 이리도 야속한지...... 전날 힘들게 일 했던 기운이 아직도 몸 이곳저곳에 피곤의 무게로 남아 있어서, 뻑뻑해진 몸을 이리저리 뒤척이며 그이는 조금 더 잘 수 없을까 하는 망상을 피워 본다. 그러나 문 앞을 지나 점점 멀어지는 도량석 소리에 까무륵 다시 잠에 빠져들 즈음, 큰스님의 방망이 자락이 퍼뜩 떠오르자, 곳곳에 남아 있던 피로 정도는 자취도 없이 사라져버린다. 지난 저녁, 시원한 동치미 국물을 너무 들이켠 탓일까? 갑자기 느껴진 요의가 잠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데 한몫을 한다. 간밤에 눈이 내렸나 보다. 온 세상이 하얗게 하얗게. 그야말로 은세계로 보인다. 여느 사람보다 낭만적인 부분이 무딘 임행자였지만 오늘같이 흰눈이 쌓인 새벽을 맞는 날은 포근한 기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