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행자는 기다린다.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적막한 산의 고요 속에서, 발자국 하나 없이 쌓인 눈 속에서, 아무일도 벌어지지 않는 절의 적요 속에서 그 무언가를 기다려 본다. 그렇지만 그이는 그 기다림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가 없다. 산문에 나와 저 멀리 끝간 데 없이 구부러져 있는 눈 쌓인 길을 망연히 바라보기도 하고, 앙상한 가지 위에 쌓인 눈을 흔들어 털어내 보기도 하지만 알 수 없는 기다림은 깊어져갈 뿐이다. 문득 그이는 열 손가락을 다하고도 모자라는 자신의 나이를 생각해 본다. 새삼 열다섯이라는 나이의 무게가 자신을 무겁게 짓누름을 느낀다. 어머니가 시집을 왔던 나이, 형이 아버지 대신 가장 노릇했던 나이, 나는 ...... 그이는 절의 고요를 베고 누워 본다. 잠 속으로 도피를 하는 게 최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