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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왕의 자비

용왕의 자비 ​ ​석존께서 사위국의 기원정사에서 많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설법을 하고 계셨을 때의 일이다. 바라나시국에 센푸크라는 자비심이 깊은 대용왕(大龍王)이 살고 있었다. 항상 적당한 시기를 엿보아 비를 내리고, 오곡을 익혀 민중의 행복과 번영에 힘을 다하였다. 또 어떤 때는 사람의 형상을 나타내어 오계(五戒)를 가지고 보시청법(布施聽法)을 즐겨 나아가 세인(世人)의 사범(師範)이 되어 민중의 보리심을 일으켜서 여러 가지의 선업(善業)을 쌓아 그것을 무상(無上)의 즐거움으로 삼고 있었다. 그때에 남인도에 있는 한 사람의 바라문이 이 센푸크용왕을 잡아 자기 나라를 위하여 일을 시키고 싶어서 어느날 주문(呪文)을 외어 주력(呪力)으로 용왕을 붙들었다. 이 일을 보고 있었던 천신(天神)은 이만 저만한 큰..

이관규천ㅣ以管窺天

[이관규천ㅣ以管窺天] ○ 대롱으로 하늘을 엿보니 뭘 알겠나 ○ 以(써 이) 管(대롱 관) 窺(엿볼 규) 天(하늘 천) 여름벌레가 얼음에 대해 왈가왈부하면 얼마나 우스울까? 이걸 하충어빙(夏蟲語氷)이라고 하지만, 견문이 좁은 것을 이르는 말은 수없이 많다. ​ 가장 널리 알려진 게 ‘우물 안 개구리’인데, 개구리와 하늘을 결합한 단어로는 정저와(井底蛙) 정중지와(井中之蛙) 정중관천(井中觀天) 정중시성(井中視星) 좌정관천(坐井觀天) 등을 꼽을 수 있다. ​ 대롱, 즉 관(管)을 이용해 만든 말을 살펴본다. 사마천의 사기에 나오는 이야기다. 춘추시대 말기, 나중에 의성(醫聖)으로 불린 편작(扁鵲)이 괵(虢)이라는 나라에 갔을 때다. 태자가 병으로 숨졌다는 소식을 듣고 편작은 시의를 찾아가 무슨 병인지, 지금 ..

고사 성어 2022.10.15

적우침주ㅣ積羽沈舟

[적우침주ㅣ積羽沈舟] ○ 새털처럼 가벼운 것도 많이 실으면 배가 가라앉는다 ○ 積(쌓을 적) 羽(깃 우) 沈(잠길 침) 舟(배 주) 새털처럼 가벼운 것도 많이 실으면 배가 가라앉는다는 뜻으로, ①작은 일도 쌓이고 쌓이면 큰 일이 됨 ②또 작은 것, 힘없는 것도 많이 모이면 큰 힘이 됨 작은 물건이라도 꾸준히 모으면 나중에 이루지 못할 것이 없다. 대표적인 속담이 ‘티끌모아 태산’이고 들어맞는 성어가 塵合泰山(진합태산)이다. ​ 90세 되는 노인이 마을 앞뒤의 산을 대를 이어 옮긴다는 愚公移山(우공이산)이나 도끼를 갈아 바늘 만들기란 磨斧作針(마부작침). 또 물방울이 바위를 뚫는 水滴穿石(수적천석), 이슬이 바다를 이루는 露積成海(노적성해) 등이 있다. ​ 여기에 더하여 새의 깃이라도 쌓이고 쌓이면(積羽)..

고사 성어 2022.10.15

유예불결ㅣ猶豫不決

[유예불결ㅣ猶豫不決] ○ 머뭇거리며 결단을 내리지 못하다 ○ 猶(오히려 유) 豫(미리 예) 不(아닐 불) 決(결단할 결) 일을 앞두고도 자신이 없어 망설이는 것이 猶豫(유예)의 본 뜻이다. 법률용어지만 일반인에게도 친숙한 執行(집행)유예는 범죄자에게 형 선고에 앞서 정상을 참작하여 일정한 기간 집행을 연기해 주는 제도다. ​ 起訴(기소)유예, 宣告(선고)유예도 제법 들어본 적이 있고, 대학에서 일정한 기간 졸업을 연기해 주는 卒業(졸업)유예까지 있다고 한다. ​ 이렇게 선의의 뜻 말고 눈앞에 닥친 일을 질질 끌거나 결행하지 못하는 뜻으로는 의심이 많은 여우가 결정을 제대로 내리지 못한다는 狐疑不決(호의불결)과 같다. 계획한 일이 실패로 돌아갔을 때 狼狽(낭패)를 봤다고 하는데 낭(狼)은 앞다리가 길고 패..

고사 성어 2022.10.15

아심여칭ㅣ我心如秤

[아심여칭ㅣ我心如秤] ○ 내 마음이 저울과 같다. 마음의 공평함 ○ 我(나 아) 心(마음 심) 如(같을 여) 秤(저울 칭) 나의 마음(我心)이 마치 저울과 같다(如秤)는 이 말은 모든 일에 공평무사해서 사사로운 감정이나 이익을 개입시켜 처리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성어가 蜀(촉)나라의 뛰어난 지략가 諸葛亮(제갈량)에서 유래했다고 하니 더욱 그럴듯하다. 이름보다 字(자)인 孔明(공명)으로, 또 臥龍(와룡)선생으로 잘 알려진 제갈량은 상벌을 공정하게 시행한 것으로 높이 평가받는다. ​ 그가 저울처럼 공명정대하게 법을 시행한 대표적인 사례가 장수 馬謖(마속)을 패전 책임을 물어 참형한 泣斬馬謖(읍참마속)이다. ​ 마속은 절친한 친구 馬良(마량)의 동생이기에 더욱 쓰라렸지만 사사로운 정에 흔들리지 않았다. 조그만..

고사 성어 2022.10.15

회벽유죄ㅣ懷璧有罪

[회벽유죄ㅣ懷璧有罪] ○ 분수에 맞지 않는 짓을 하면 재앙이 옴 ○ 懷(품을 회) 璧(구슬 벽) 有(있을 유) 罪(허물 죄) 옥을 품고 있는 것이 죄, 분수에 맞지 않는 짓을 하면 재앙이 옴 左丘明(좌구명)이 쓴 ‘春秋左氏傳(춘추좌씨전)’에 실려 있는 내용인데, 춘추시대 虞(우)나라 임금의 동생인 虞叔(우숙)에게는 아주 값진 옥이 하나 있었다. 흠집이 없고 아름다워 누구나 탐내던 중 형인 임금도 욕심이 나서 옥을 달라고 했다. 처음 거절했던 우숙이 얼마 후에 周(주)나라 속담을 생각하고 후회했다. ‘필부는 죄가 없어도 좋은 옥을 가지고 있으면 그것이 죄가 된다 (匹夫無罪 懷璧其罪/ 필부무죄 회벽기죄).’ 공연히 이런 것을 가지고 있다가 재앙을 당할 필요가 없다며 사람을 시켜 왕에게 구슬을 바쳤다. 얼마 ..

고사 성어 2022.10.15

평화의 두 가지 단어

평화를 뜻하는 단어로 라틴어로 팍스(Pax), 히브리어로 샬롬(shalom)이 있습니다. 라틴어 ‘팍스’는 영어 Peace의 어근이 된 단어로 보통 한 세력이 힘으로 이룩한 장기간의 평화라는 의미입니다. 쉽게 말해 물질적인 만족감이나 법, 힘으로 세상을 평정하는 것을 뜻합니다. 로마는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 하루도 피 흘리지 않는 날이 없을 만큼 많은 땅을 정복했고 지배했습니다. 그로 인해 다른 국가는 폐허가 되고 로마의 속국이 되어 수치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전쟁을 통해 강성 해지며 평화가 찾아왔지만 결국은 그 힘과 물질에 의해 로마는 망하고 말았습니다. 이에 반해 히브리어 ‘샬롬’은 조금 다른 의미를 가집니다. ‘평화, 화평’이라고 흔히 번역하지만 본래의 뜻은 ‘온전하다, 완전하다’라는 뜻을 가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