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 118

속 썩이는 자식

속 썩이는 자식 우리가 육근(六根) 육식(六識)으로 대하는 현상은 인연(因緣) 관계일 뿐이에요. 유식한 말로 연기법(緣起法)이라고 그래요. 서로서로 원인이 결과가 되고, 결과가 원인이 되고, 태어났으면 죽고, 봄이 되면 가을이 오고 겨울이 오고 계절이 바뀌고, 서로 영향을 주고 받고 돌아가는 이 모습들을 현상, 그걸 연기법이라고 그래요. 그러니까 당연한 결과들이 지금 나타나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서 좋다 나쁘다 규정을 짓고 거기에 기분이 좋고 나빠지면 그건 제 업(業)이 발동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부처님이나 보살님이나 조사스님이나 아라한들은 이미 마음을 깨친 분들이기 때문에 어떤 것을 봐도 기분이 나쁘지 않아. 어떤 것을 들어도 기분 나쁘지 않아. 태풍이 와도 별로 마음이 안 동해. 지진이..

문수 스님의 질타와 불교인의 과제

문수 스님의 질타와 불교인의 과제 ​ 한 스님이 몸을 불살랐다. 남 보란 듯한 시위가 아니었다. 재가 될 때까지 홀로 계셨다. 혼자 앉아 성도하신 부처님처럼, 자문자답(自問自答)의 시현이었다. 뭇 생명들의 삶터가 무너지고 있는 낙동강, 그 지류인 위천의 둑방위에서였다. 반듯하게 접어 놓은 승복과 주머니 속 수첩에 유언이 적혀있었다. "4대강 사업을 즉각 중지, 폐기하라. 부정부패를 척결하라. 재벌과 부자가 아닌 서민과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 우리 사회의 최고통지권자를 향해 외친 객혈 묻은 질타였다. "원범, 각운 스님 죄송합니다. 후일을 기약합시다." 구도의 길에서 '전부'라는 도반스님의 저미듯 아플 가슴을 보듬는 일 역시 잊지 않았다. 유서 아래 이름을 남겼다. '문수(文殊)'라..

불교 수행의 단계와 목표

불교 수행의 단계와 목표 ​ 설일체유부(設一切有部)의 교학에서는 깨달음에 이르는 수행과정을 '삼혜구족(三慧具足) → 신기청정(身器淸淨) → 오정심(五停心) → 별상념주(別相念住) → 총상념주(總相념住) → 사선근(四善根)→ 견도(見道) → 수도(修道) → 무학도(無學道)'의 순서로 정리한다. 수행의 종점인 무학도의 성자가 아라한이다. 더 이상 배울 것이 없기에 무학도라고 부른다. 이런 수행의 길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먼저 깨달음에 이르는 지도를 익혀야 한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는 것이다.(삼혜구족). 그리고 나서 수행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 후(신기청정) 거친 번뇌를 완화시키는 수행을 한다. 예를 들어서 화를 잘 내는 사람은 자비관을 닦고 탐욕이 많은 사람은 부정관을 닦아서 거친마음을 진정시킨다..

나에게 인생이 귀하다는 것을 가르쳐 준 시

나에게 인생이 귀하다는 것을 가르쳐 준 시 나 하나 꽃 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느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 피고 나도 꽃 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나 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겠느냐고도 말하지 말아라.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결국 온 산이 활활 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 조동화 시, 한 사람이 결코 작은 존재가 아님을, 하나의 응원과 사심 없는 위로, 축복이 함께 하는 시. 사람이 소중하다고 나에게 알려준 시. 시 한 편이 누군가에게 보이지 않는 힘을 보태줄 것을 믿는다.

그들은 외쳤다

그들은 외쳤다 이범재 애국지사 (16세) – 1916년 ~ 1953년 – 1990년 건국훈장 애족장 오흥순 애국지사 (18세) – 1901년 ~ 1950년 – 1992년 대통령 표창 안옥자 애국지사 (17세) – 1902년 ~ 미상 – 2018년 대통령 표창 최강윤 애국지사 (18세) – 1901년 ~ 1959년 – 1990년 건국훈장 애족장 소은명 애국지사 (14세) – 1905년 ~ 미상 – 2018년 대통령 표창 성혜자 애국지사 (15세) – 1904년 ~ 미상 – 2018년 대통령 표창 박양순 애국지사 (17세) – 1903년 ~ 1972년 – 2018년 대통령 표창 김세환 애국지사 (17세) – 1916년 ~ 1977년 – 2006년 건국포장 이병희 애국지사 (19세) – 1918년 ~ 2012..

살다 보면 당황스러울 때가 있고 놀랄 때도 있습니다

살다 보면 당황스러울 때가 있고 놀랄 때도 있습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이 아끼는 물건을 떨어트려 깨버린 아이는 혼날 것을 걱정합니다. 그 걱정의 근원에는 부모님의 사랑이 자신에게서 멀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는 정말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났는지 억울하고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그것이 아이의 인생의 모든 것을 뿌리째 흔들고 뽑아버릴 수도 있는 큰 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진정으로 두려워하는 일, 아이를 향한 부모님의 사랑이 사라지는 경우는 절대로 벌어지지 않습니다. 성인이 된 당신에게 찾아올 위기에서도 정신을 가다듬고 마음을 정돈하며 붙들어야 합니다. 살다 보면 당황스러울 때가 있고 놀랄 때도 가슴 졸이며 공포감에 사로잡히기도 합니다. 때론 잘못했을 때도..

아이 덕분에 위로받는 부모

아이 덕분에 위로받는 부모 저희 집 아이는 고구마와 사탕을 아주 좋아하는 초등학생인데 간혹 생각 이상의 행동으로 저를 놀라게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남편은 결혼 후에 병을 얻어서 몸이 좋지 않습니다. 저는 아픈 남편 병간호와 아이까지 키우면서 직장생활을 해야 했습니다. 어느 날은 야근이 있어서 늦게 귀가했는데 보통이면 문이 열리는 소리에 아이가 뛰어와 안겼는데 늦은 시간 탓에 남편도 아들도 자고 있는지 집 안이 깜깜하더군요. 외투를 벗어 내려놓고는 거실 불을 켰습니다. 여기저기 정리되지 못한 장난감, 옷 등을 치우려는데 식탁 위에 웬 쟁반이 놓여 있더군요. ‘아들 녀석이 또 음식을 먹다 남겨 놓았나?’ 그런데 그 쟁반 위에는 군고구마 한 개, 사탕 두 개, 우유 한 잔, 그리고 종이가 놓여있었습니다. 자..

서른이 넘도록 취직을 못 한 아들

♤ 아버지의 품격 ♤ 아래의 글은 감동적인 실화로서 서른이 넘도록 취직을 못 한 아들이 ! 어느날 어머니의 외출로 아버지와 부자간 소주한잔 하자면서 음식을 주문하면서 일어났던 사건에 관한 것으로서, ‘배달 중 넘어져서 음식이 섞여서 옴’이란 제목으로 SNS에 올려 화제가 되었다. 나는 서른이 다 되어가는 취업 준비생이다. 요즘 코로나 상황이라서 그냥 부모님께 뭐라도 하는 것을 보여주려 도서관에 매일 출근 도장을 찍는다. 5시쯤 집에 들어가니 어머니가 약속이 있어 나가셨고, 아버지만 계셨다. 아버지는 맛있는 것 시켜 먹자고 하셨다. 돈도 못 벌면서 부모님 돈으로 외식을 하는 상황이 매우 불편했다. 그래도 아버지께서 오랜만에 함께 소주 한잔하자고 하셔서 족발과 쟁반국수를 시켰다. 그런데 시킨 지 1시간이 지..

모든 것은 제자리에 놓였을 때 가장 아름답게 빛난다

모든 것은 제자리에 놓였을 때 가장 아름답게 빛난다 책상 앞에는 흑백사진 한 장이 걸려 있습니다. 매화가 활짝 핀 산사의 돌담을 찍은 것이죠. 진흙을 이겨 틈을 메우고 기와지붕을 얹은 담은 쌓은 지 오래된 듯 가운데가 주저앉았습니다. 제 자리를 벗어나 엉켜 있는 돌들에 초점을 맞춘 사진은 틈틈이 마음의 환기창이 되고 있습니다. 한동안 돌담 쌓는 일을 눈여겨본 적이 있습니다. 다니는 절에서 도랑을 정비하며 돌담을 쌓기 시작한 것입니다. 부도탑들이 놓인 야트막한 언덕 아래 돌담을 쌓아 흙의 유실을 막고, 고즈넉한 돌담의 운치도 감상할 수 있게 하려는 배려였습니다. 일주문을 들어서자마자 절 마당에는 어디서 운반해 왔는지 크고 작은 돌덩이들이 쌓여 있었습니다. 기중기가 커다란 돌덩이를 들어 제자리를 잡아 주면 ..

감나무에 까치밥

감나무에 까치밥 장편소설 ‘대지’로 1938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펄 벅’ 여사의 한국 사랑은 유명합니다. 그녀는 중국에서 선교 활동을 했던 부모님을 따라 약 40년을 중국에서 보냈음에도 평생 한국을 가슴 깊이 사랑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작품 ‘살아 있는 갈대’에서 다음과 같이 한국에 대해서 예찬했습니다. ‘한국은 고상한 민족이 사는 보석 같은 나라다.’ 또 그녀가 남긴 유서에는 ‘내가 가장 사랑한 나라는 미국이며, 다음으로 사랑한 나라는 한국’이라고 쓰여 있을 정도입니다. 그녀가 이렇게 한국에 대한 애정이 생긴 계기는 한국을 방문했을 때 있었던 몇 번의 경험 때문이었습니다. 그중에 ‘까치밥’에 얽힌 일화가 있는데 그녀는 따지 않은 감이 감나무에 달린 것을 보고는 주변 사람에게 물었습니다. “저 높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