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사 창건설화 아직 겨울이라기엔 이른 늦가을이었다. 옷은 비록 남루했지만 용모가 예사롭지 않은 한 고구려인이 신라 땅 일선군(지금의 경상북도 선산)에 있는 부자 모례장자 집을 찾아왔다. "어떻게 제 집엘 오시게 되었는지요?" 모례장자는 행색과는 달리 용모가 순수한 낯선 객에게 점잖고 융 숭하게 대하면서도 일말의 경계를 금할 수 없었다. "나는 묵호자라는 고구려 승려입니다." 인연이 있는 땅이라 찾아왔으니 나를 이곳에 묵을 수 있도록 주선하여 주십시오." 당시는 신라에 불교가 공인되지 않은 때인지라(눌지왕 때) 모례장자는 묵호자의 불법에 관한 설명이 쉽게 납득이 가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전생부터의 인연이었는지 아무래도 낯선 객이 신비스럽고 큰 불도를 알고 있는 대인인 듯하여 지하에 밀실을 지어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