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4 7

도리사 창건설화

도리사 창건설화 ​ 아직 겨울이라기엔 이른 늦가을이었다. 옷은 비록 남루했지만 용모가 예사롭지 않은 한 고구려인이 신라 땅 일선군(지금의 경상북도 선산)에 있는 부자 모례장자 집을 찾아왔다. "어떻게 제 집엘 오시게 되었는지요?" 모례장자는 행색과는 달리 용모가 순수한 낯선 객에게 점잖고 융 숭하게 대하면서도 일말의 경계를 금할 수 없었다. "나는 묵호자라는 고구려 승려입니다." 인연이 있는 땅이라 찾아왔으니 나를 이곳에 묵을 수 있도록 주선하여 주십시오." 당시는 신라에 불교가 공인되지 않은 때인지라(눌지왕 때) 모례장자는 묵호자의 불법에 관한 설명이 쉽게 납득이 가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전생부터의 인연이었는지 아무래도 낯선 객이 신비스럽고 큰 불도를 알고 있는 대인인 듯하여 지하에 밀실을 지어 편..

인연

인연 부처님께서는 우리에게 무상.무아의 인연의 법을 가르쳐 주셨다. 우리 존재는 인연으로 만들어졌고 인연으로 살다 인연으로 죽는다. 인연의 존재로서 인연에서 일어나는 희노애락(喜怒哀樂)이 우리 삶이다. ​ 우리 삶들은 인연 속에서 허덕인다. 인연이 무거운 사람, 인연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 인연들에게 묶여있는 사람, 인연에 얽히는 사람, 인연이 버거운 사람, 인연을 푸는 사람, 인연을 즐기는 사람… 삶들은 과거이든 현재 이든 미래이든 인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 수행자는 과거의 인연들에게 아파하지 말아야 한다. 그 어떤 인연들에게 걸려 헤매지 말아야 한다. ​ 수행자도 인연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는 인연으로부터 자유스러울 수는 있다. ​ 인연에는 실체가 없는 사실을 바르게 알고 바르게 이..

인생을 너무 빡빡하게 살지 말자

인생을 너무 빡빡하게 살지 말자 ​ 전통을 지키면서도 새로운 변화를 접목시키려는 노력하는 가운데 자신의 역활을 묵묵히 다하고 성실하게 살아가자. 그런 것이 쉬워 보일 수도 있겠지만 깊은 내공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항상 밝고 쾌활한 성격으로 주변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면서 뚜렷한 신념을 갖고 살아가자. 불교가 지향하는 목표는 '일체중생의 이고득락(離苦得樂)과 상락아정(常樂我淨)'이다. 모든 중생들이 괴로움을 떠나 행복을 얻고, 번뇌 없는 청정한 덕에 이르자는 것이다. 어떤 것도 둘로 나누거나 차별하지 말고 분별심 내지 말자. 자신만 훌륭한 척 우쭐대며 자신은 승자로 찬양하고, 상대를 패자로 폄하하는 유치하고 천박한 사고도 깨끗하게 추방하자. 필자는 얼마 전, 어느 가족의 방문 요청을 받고 갔는데, 초등..

죽음은 차원을 옮겨가는 여행 같은 것

죽음은 차원을 옮겨가는 여행 같은 것 ​ 암세포와 싸우는 동안 64킬로그램이었던 법정 스님의 몸무게는 45킬로그램까지 내려앉앗다. 병상에서 스님은 이렇게 말했다. "육신이 거추장스럼다. 빨리 번거로운 거 벗고 다비에 오르고 싶다." 남에게 페 끼치는 일을 극히 싫어했던 스님은 폐암이라는 진단을 받고 본의 아니게 여러 사람에게 폐를 끼치게 된 것을 무척 거북해했다. 담배도 안 피우고 산골 맑은 공기 속에서 사는 스님이 왜 폐암으로 투병했는지 궁금해한다. 사실은 스님 나이 네 살 때 세속의 아버지가 폐질환으로 돌아가신 집안 내력이 있다. 법정 스님이 떠나기 이틀 전, 나는 속가의 어머니와 함께 마지막 으로 스님을 만났다. 부처의 세상에서 속가의 인연이란 사소한 점 하나에 지나지 않지만, 피붙이의 정을 어떻게..

절대 돈을 빌려주면 안 되는 이유

절대 돈을 빌려주면 안 되는 이유 - 가장 소중한 것들은 철저히 분리하라 오랜만에 친구가 연락이 왔다. 거의 2년 만에 온 연락인데 반가운 마음에 답장을 했다. 하지만 역시나 알고 보니 돈을 빌려달라는 연락이었다. 벌써 세네 번째인 것 같은데 어떻게 돈 없는 사람 잘도 골라 연락이 온다. 운도 지지리도 없는 사람들이다. 나이가 들며 20대 때와 다르게 더 돈의 필요성을 많이 느낀다. 유튜브나 SNS를 보면 3년 안에 1억 모으기, 자산 굴리기, 내 집마련 등 수많은 재테크 영상들이 넘쳐나는 걸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자본주의에서 돈은 필수재다. 기본적인 생계를 넘어 자아실현의 기회를 주고, 나를 둘러싸는 모든 면에서 내 삶을 향상시킨다. 반대로, 글을 쓰는 작가나, 노래 부르는 가수도 자아실현을 했다 ..

졸업, 끝이 아닌 새로운 출발

졸업, 끝이 아닌 새로운 출발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 아름 선사합니다 물려받은 책으로 공부를 하여 우리는 언니 뒤를 따르렵니다 - 윤석중 작사, 정순철 작곡 中 - 지난 2월, 우리 아이들이 졸업을 하였습니다. 과정 중에는 크고 작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대견하게도 우리 아이들이 유치원을, 초등학교를, 중학교를, 고등학교를, 또 대학교를 무사히 졸업하였습니다. 그리고 생명이 움트는 3월, 새 학년 새 학기를 맞아, 아니면 사회 구성원으로 새로운 시작을 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끝'은 또 다른 '시작'입니다. 그래서 끝은 아쉽지만, 새로운 시작의 기대감으로 설렐 수 있습니다. 결국 끝과 시작은 함께 공존하는 단어입니다. 끝이 있어야 또 다른 시작이 있기에 우리는 도약할 수 있습니다...

주유열국ㅣ周遊列國

주유열국ㅣ周遊列國 ○ 두루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다, 목적 없이 떠돌다. ○ 周(두루 주) 遊(놀 유) 列(벌일 열) 國(나라 국) 두루 돌아다니며 구경하는 것이 周遊(주유)다. 큰 부담 없이, 꼭 해야 한다는 목적 없이 놀러 다닌다면 늘어진 팔자겠다. 온 세상을 돌아다닐 수 있으면 周遊天下(주유천하)다. 동생인 世宗(세종)에 왕위를 물려주려 서민으로 가장하고 세상을 돌아다닌 讓寧大君(양녕대군)의 이야기는 영화로도 제작됐다. 풍자시의 대가 김삿갓(金笠/ 김립)이 돈의 기능을 절묘하게 노래한 것에도 등장한다. ‘천하를 두루 돌아다녀도 누구나 너를 환영하고 (周遊天下皆歡迎/ 주유천하개환영), 나라도 가문도 흥하게 하니 너의 힘이 가볍지 않도다(興國興家勢不輕/ 흥국흥가세불경).’ 목적 없이 세상을 돌아다니는 것..

고사 성어 2024.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