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임행자! 빨랑 걸어. 벌써 어두워졌다. 자꾸 꼼지락거리면 캄캄할 때 다비장을 지나면 뭐 어때서 그래요, 원주스님! 눈 감고서도 갈 수 있는 길인데..... 좀 쉬었다 가요." "내가 지금 너랑 입씨름 할 군번이 아니다. 잔말말고 어서 걸음이나 재촉해." 벌써 산 속에서는 밤을 알리는 밤부엉이 소리가 정겹게 들려왔다. 내일 노스님의 사십구재를 지낼 제물祭物을 준비하기 위하여 원주스님과 마을에 심부름을 다녀오는 길이었다. 임행자는 산문을 나서는 일이 그렇게 신이 날 수가 없었다. 비록 돌아올 때는 등짐이 한짐이어서 허리를 펴기도 힘들 만큼 무거운 짐을 지고 절에 올라와야 했지만 그이는 저잣거리로 나가는 심부름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다. 우선 장터에는 훈훈한 향기가 있었다. 가끔 짓궂은 원주스님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