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6/04 6

아득한 세상사

임행자는 기다린다.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적막한 산의 고요 속에서, 발자국 하나 없이 쌓인 눈 속에서, 아무일도 벌어지지 않는 절의 적요 속에서 그 무언가를 기다려 본다. 그렇지만 그이는 그 기다림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가 없다. 산문에 나와 저 멀리 끝간 데 없이 구부러져 있는 눈 쌓인 길을 망연히 바라보기도 하고, 앙상한 가지 위에 쌓인 눈을 흔들어 털어내 보기도 하지만 알 수 없는 기다림은 깊어져갈 뿐이다. 문득 그이는 열 손가락을 다하고도 모자라는 자신의 나이를 생각해 본다. 새삼 열다섯이라는 나이의 무게가 자신을 무겁게 짓누름을 느낀다. 어머니가 시집을 왔던 나이, 형이 아버지 대신 가장 노릇했던 나이, 나는 ...... 그이는 절의 고요를 베고 누워 본다. 잠 속으로 도피를 하는 게 최선인..

침 밟아 뭉개기

어떤 마을에 많은 재산을 가진 부자가 있었다. 그의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부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온갖 아첨을 일삼았다. 더구나 그를 모시고 있는 하인들은 주인에게 잘 보이기 위해 비굴한 행동까지 서슴지 않았다. 어는 날, 부자가 마당에 나왔다가 땅바닥에 가래침을 뱉었다. 그때 재빠를 하인 한 사람이 주인의 침이 떨어진 곳을 발로 밟아 문질러버렸다. 하인 중에 몹시 미련한 사내가 있었다. 미련한 사내는 다른 하인에게 선수를 빼앗기자 한숨을 쏟아내며 중얼거렸다. "나보다 재빠른 놈도 있구나. 그렇다면 나는 주인이 침을 뱉으려 할 때 먼저 이를 알아채고 밟아버리리라." 이윽고 주인이 다시 가래침을 뱉으려 했다. 그러자 미련한 하인은 곧 다리를 들어 주인의 입을 밟아버렸다. 주인의 입술이 터지고 이가 부..

이제는 우리 엄마가 아니에요

암 진단 후 사라져버린 엄마 3년 전 아빠의 사업 실패 후, 가영이네 네 식구는 황급히 살고 있는 집을 떠나 강제 이사를 해야 했습니다. 초등학생인 가영이와 동생도 갑작스럽게 새로운 학교로 전학하게 되었고, 사업 실패로 인한 빚으로 인해 신용불량자가 된 가영이 아빠는 다시 일어서고자 가족들을 위해 새롭게 배달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배달 도중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었고, 치명적인 허리 부상을 입게 되었습니다. 그 무렵 엄마는 아이들을 돌볼 수 없을 만큼 자주 아프기 시작했고, 갑작스러운 암 진단받았습니다. 위를 시작으로 암세포가 온몸으로 퍼져 악화된 것입니다. 이에 외할머니는 자신이 딸을 간병하겠다며 아빠에게 이혼을 요구했고, 부부는 결국 합의 이혼하게 되었습니다. 엄마는 더 이상 가영이네 가족..

모든 문제의 시작점

명심보감에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구설자 화환지문 멸신지부야 口舌者 禍患之門 滅身之斧也 ‘입과 혀는 화와 근심의 근원이요, 몸을 망치게 하는 도끼와 같다.’ 가끔 입으로 다른 사람을 나쁘게 판단하고 심지어는 저주를 퍼붓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말들은 결국 나에게 부메랑이 되어 해로움으로 돌아옵니다. 지금 나의 위기와 실패의 원인이 ‘혀’에 있지 않은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공짜로 주어지는 것이 ‘말’이기에 때론 가볍고 쉽게 내뱉습니다. 그중 다른 사람의 단점과 실수를 지적하며 스스로 우월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루에도 수십 번 지적하고 다른 사람을 헐뜯기 때문에 자신이 어떤 말을 했는지 기억 못 할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의 행동을 보느라 바빠 정작 나를 돌보지 못했기..

장미

6월 4일ㅣ오늘의 꽃 이 름 : 장미(Damaskrose) 학 명 : Rosa hybrida 과 명 : 장미과 분 포 : 북반구의 한대·아한대·온대·아열대 서 식 : 조경용 재배 크 기 : 높이 20cm∼5m 개 화 : 5월 중순경부터 9월경 꽃 말 : 아름답게 빛나는 얼굴(The beautifully shining face) 관목성의 화목(花木)이다. 야생종이 북반구의 한대·아한대·온대·아열대에 분포하며 약 100종 이상이 알려져 있다. 오늘날 장미라고 하는 것은 이들 야생종의 자연잡종과 개량종을 말한다. 장미는 갖춘 꽃으로 꽃의 아름다운 형태와 향기때문에 관상용과 향료용으로 재배해왔으며, 개량을 가하여 육성한 원예종(Rosa hybrida Hort.)을 말한다. 지금까지 2만 5000종이 개발되었으나..

백구과극ㅣ白駒過隙

○ 흰 말이 지나는 것을 문틈으로 보듯 눈 깜박할 사이 ○ 白(흰 백) 駒(망아지 구) 過(지날 과) 隙(틈 극) 흰 말이 지나가는 것을 문틈으로 보듯이 눈 깜박할 사이라는 뜻으로, 세월(歲月)이 너무 빨리 지나감을 이르는 말이다. 戰國時代(전국시대, 기원전 403년~221년) 때의 책 종횡무진한 상상과 표현으로 우주본체를 寓言寓話(우언우화)로 설명하는 ‘莊子(장자)’에 이 성어가 나온다. 표현이 재미있고 철학적인데 부분을 인용하면 이렇다. 사람이 천지 사이에서 사는 것은 흰 망아지가 달려 지나가는 것을 문틈으로 보는 것과 같이 순간일 뿐이다(若白駒之過郤). 모든 사물들은 물이 솟아나듯 문득 생겨났다가 물이 흘러가듯 아득하게 사라져 간다. 죽음이란 화살이 살통을 빠져 나가고 칼이 칼집을 빠져 나가는 것처..

고사 성어 2022.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