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섣달 짧은 해가 오늘따라 왜 이리 긴가. 어둠살이 사방 천지를 시커멓게 내리덮자 마침내 신 서방이 열네 살 맏딸을 데리고 맹 참봉 사랑방을 찾았다. 희미한 호롱불 아래서 신 서방은 말없이 한숨만 쉬고, 맹 참봉은 뻐끔뻐끔 연초만 태우고, 신 서방 딸 분이는 방구석에 돌아앉아 눈물만 쏟는다. “참봉 어른, 잘 부탁드립니다. 어린 것이 아직 철이 없어서….” 맹 참봉 사랑방을 나온 신 서방은 주막집에 가서 정신을 잃도록 술을 퍼마셨다. 이튿날, 해가 중천에 올랐을 때 신 서방은 술이 덜 깬 걸음으로 맹 참봉을 찾아갔다. “참봉 어른, 약조하신 땅문서를 받으러 왔습니다. ” 맹 참봉이 다락에서 땅문서를 꺼내 신 서방에게 건넸다. 노끈을 풀어 땅문서를 보던 신 서방이 “다섯 마지기밖에 안 되네요. 나머지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