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덕사의 버섯꽃 「도련님, 어서 활시위를 당기십시오.」 시중들던 할아범이 숨이 턱에 차도록 채근을 하는데 과연 귀를 쫑긋 세운 노루 한 마리가 저쪽 숲 속에서 오고 있었다. 활시위가 팽팽하게 당겨졌고 화살이 막 튕겨지는 순간 수덕은 말없이 눈웃음을 치며 활을 거두었다. 「아니 도련님, 왜그러십니까?」 몰이를 하느라 진땀을 뺀 하인들은 활을 당기기만 하면 노루를 잡을 판이기에 못내 섭섭해 했다. 「너희들 눈에는 노루만 보이느냐? 그 옆에 사람은 보이지 않느냐?」 「이 산골짜기에 저런 처녀가?」 하인들은 모두 의아해 했다. 「도련님, 눈이 부시도록 아리땁습니다. 노루 대신 여인을‥‥혜헤.」 「에끼 이 녀석, 무슨 말버릇이 그리 방자하냐. 자 어서들 돌아가자.」 수덕은 체통을 차리려는 듯 일부러 호통을 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