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 118

생명의 가치

생명의 가치 우주는 서로 다른 생명들이 혼합하여 살아가는 자연계다. 하늘에서 솓아지는 함빡눈이나 빗방울도 똑같은 모양은 없다. 한 나무가지에 달린 나무잎 하나 하나가 다 다르다. 사과 나무에 열린 사과 모양도 하나 하나가 다 다르다. 항하사수 모래 모래알 하나 하나를 현미경으로 들어다 보면 그 모양도 다 다르다. 나무는 나무 전체의 생명이 있고 나무잎은 나무 잎 한잎 한잎에 또 다른 생명이 존재 한다. 부처님의 법 진리는 하나지만 만유중생의 마음에 따라 보고 듣고 받아 드리는 법열이 다 다르다. ​ 이 세상에 사람의 숫자만 70억 이다. 똑 같은 70억 사람중에 똑 같은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생각이 다르고 느낌이 다르고 감정이 다르고 의식이 다르고 기쁨과 눈물 행복의 지수도 다 다르다. 나무의 잎처럼..

관불용침

관불용침(官不容針) ​ 서양의 속담 가운데 마귀가 사람을 꾀어 죄에 바져 들도록 하는 네 가지 말이 있습니다. ​ 그 첫째가 "누구든지 하니까"이고 두 번째가 "이까짓 일쯤이야"입니다. 세 번째는 "딱 이번 한번만"이고 네 번째는 "아직도 시간은 많은데"입니다. ​ 부처님 제자라면 마땅히 어떠한 마귀의 유혹에도 넘어가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 ​태산 같은 부동심은 '누구나'에 휩쓸리지 않고, 성성한 깨어있음은 '이까짓 일'도 간과하지 않으며, 관불용침(官不容針)의 엄중함은 '한번만'을 용납하지 않고 여구두연(如求頭燃)의 간절함은 아직도 속으로 물러서지 않을 것입니다. ​ 귀로 보고 눈으로 듣는다

율과 지범개차

율과 지범개차 승가의 형법과 판례 ​ "무릇 처음으로 발심한 사람은 나쁜 친구를 멀리하고 어질고 착한 친구를 가까이 해야 하며 오계와 십계 등을 받고 지범개차(持犯開遮)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한다." 보조국사 지눌 스님의 《계초심학인문》의 첫 구절이다. 행간의 의미를 살려서 마지막 문장을 다시 번역하면 "무엇이 지키는〔持〕 것이고 무엇이 범하는〔犯〕 것이며, 무엇을 허용〔開,(utsarga)〕하셨고 무엇을 꾸중〔遮, (apavaka)〕하셨는지 잘 알아야 한다."가 된다. '지범'은 계목에 대한 준수와 위반을 의미하고, '개차'란 실제의 생활에서 피치 못하게 '율의 조항'을 어긴 경우에 그것의 허용여부에 대한 부처님의 판단을 의미한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허용 여부'를 결정하는 분은 우리가 아니라 ..

자력과 불력

자력과 불력 우리도 아미타부처님처럼 - 참선은 자력(自力)! 정토는 불력(佛力)! - ​ 바라건대 보현보살 수승한 행원 我此普賢殊勝行 그지없이 뛰어난 복 회향하오니 無邊勝福皆回向 고해바다 빠져있는 모든 중생들 普願沈溺諸衆生 무량광불 극락정토 어서 가소서. 速往無量光佛刹 ​ 팔만대장경의 꽃은『화엄경』이다. 『화엄경』의 결론은「보현행원품」의 상기 게송이다. 보현보살의 수승한 행원으로 생기는 큰 복덕을 회향하여, 고해에 빠져있는 모든 중생이 속히 극락정토로 가기를 발원하는 것이다. 나아가『정토삼부경』은 물론이고 『대승기신론』에서도 궁극적으로 극락왕생을 권장하고 있다. 극락으로 가는 가장 쉽고도 빠른 방법은 염불이니, 결국 부처님의 일대시교는 염불법문의 주석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것이 원효대사와 의상조사가 사..

모든 변화는 저항을 받는다

모든 변화는 저항을 받는다 결혼을 앞둔 사람들이 겪는 심리적인 우울증인 매리지 블루(Marriage Blue). 결혼 준비 과정에서 마주치게 되는 예측할 수 없는 앞날로 인해 혼란스럽고 불안함을 느끼게 되는데 남성보다는 여성들에게 더 많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사실 이러한 두려움은 결혼뿐만 아니라 새 학년이 올라갈 때, 새로운 직장에 적응할 때 등 다양한 상황에서 겪게 됩니다. 그러나 당장 이러한 변화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아도 됩니다. 우주선이 대기권을 벗어나 우주로 진입할 때 우주선의 외부 온도는 엄청난 공기 마찰로 섭씨 1,900도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 영향으로 어떤 것보다도 강한 우주선의 외부는 검게 그을릴 정도입니다. 이처럼 환경의 변화를 겪을 때 우주선만큼 혼란스러움이 있을 수 있지만 이 과정이..

만남

'만남' 인생은 '만남'이라고 했습니다. 언제 어디서 누구를 어떻게 만나느냐는 인생 에서 아주 중요한 순간 이라고 하겠습니다. 우리 인생에 있어서 만남은 참 중요합니다. 시인 정채봉씨는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라’ 는 글에서 5종류의 만남에 대해 말했습니다. 1. 생선과 같은 만남 2. 꽃송이와 같은 만남 3. 건전지와 같은 만남 4. 지우개와 같은 만남 5. 손수건과 같은 만남입니다. 그 중에 가장 잘못된 만남은 생선과 같은 만남입니다. 만날수록 비린내가 묻어나고 악취가 나기 때문이고, 가장 조심해야 할 만남은 꽃송이와 같은 만남으로 피어 있을 때는 환호하다가 시들면 버리기 때문입니다. 가장 비천한 만남은 건전지와 같은 만남인데 힘이 있을 때는 간수하고 힘이 다 닳았을 때는 던져 버리기 때문이고, 가장..

지계바라밀

지계바라밀 너무나 착해서 착함을 모른다 ​ 선도 악도 없는 경지가 있다. 선과 악을 초월한 경지가 있다. 가치판단을 상실하였기에 선과 악을 구분 못 하는 것이 아니라, 너무나 선해서 선과 악을 모르는 경지다. 일거수일투족이 '착함' 그 자체이기에, 선행을 한다는 생각을 내지 않는다. 육바라밀 가운데 지계(持戒)바라밀이 바로 그것이다. 선종의 육조 헤능 스님의 《법보단경》에서 말하는 무상계(無相戒)다. 무상계란 '티 나지 않는 윤리적 삶'이다. '티 나지 않는 베풂'인 보시바라밀을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라고도 부르듯이, 지계바라밀을 무상계라고도 부르는 것이다. 남을 대할 때 참으로 선한 뿐만 아니라 스스로도 지극히 고결하게 살지만 자신이 그렇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논어》의 〈위정편〉에 의하면 공자는 ..

악취공에서 살아나기

악취공에서 살아나기 속제의 실천 ​ 공에 대해서 논리적으로 해명하는 용수 보살의 《중론》에서는 공사상의 위험성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경고한다. "공에 대해 올바로 통찰할 수 없어서 어리석은 자는 자기 자신을 해친다. 마치 독사를 잘못 잡거나 주문을 잘못 외듯이.' 독사를 잡을 경우 목을 쥐어야 한다. 몸통이나 꼬리를 잡으면 독사가 고개를 돌려서 손목을 문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말이 있듯이 주문을 잘못 외면 복이 오는 게 아니라 오히려 화를 당한다. 공도 역시 이와 마찬가지다. 공에 대해 오해할 경우 선과 악을 분간하지 못하는 가치판단상실 상태에 빠질 뿐이다. 그 증상은 막행막식이다. 계와 율을 어기고 아무 행동이나 하고 아무 것이나 먹는다. 불교 유식학에서 비판하는 악취공(惡取空)이다. 그러면..

여산 진면목

여산 진면목 ​ "다만 때 묻지도 물들지도 않는 이것이 모든 부처님께서 호념하시는 것으로, 네가 이미 이와 같고 나 또한 이와 같으니라." ​ 육조단경에서 혜능선사께서 남악회향 선사를 인가하시는 말씀입니다. 혜능선사께서 말씀하신 때 묻지도 물들지도 않는 이것을 그대로 드러낸 소동파의 시가 있습니다. 여산진면목(廬山眞面目) 과 여산연우절강조(廬山煙雨浙江潮)라는 두 편의 시가 바로 그것입니다. ​ 여산 진면목 ​ 횡으로 보면 산줄기 옆에서 보면 봉우리. 멀고 가깝고 높고 낮음이 제각각이네. 여산의 진면복은 결코 알 수 없음이여! 다만 이 몸이 산중에 있기 때문이라네. ​ 여산연우절강조 ​ 여산의 안개비와 적강의 물결이여! 가보지 못함이 천만 한이었는데 가서 보고 나니 특별할 것 없는 여산의 안개비와 절강의 ..

수행은

수행은 여섯 명의 친구들이 수행을 하러 절에 왔다. 절친한 사이인 그들은 가끔 수행을 하러 함께 오곤 했다. 수행을 마친 그들과 나는 맑은 녹차를 놓고 둘러앉았다. 나는 되도록 말을 아꼈다. 그들이 수행을 통해 얻은 희열감을 음미하도록 돕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고요한 가운데.. 우리는 차를 우려내어 마셨다. ​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 한 사람이 작은 목소리로 질문을 했다. 기도중에 잡념이 많이 생기는데 잡념을 없애려면 어떻게 하면 되냐고 물었다. 나는 설명을 해 주었고, 다른 사람들도 수행에 관한 이런 저런 질문들을 했다. 나는 성의껏 답변을 해주었다. ​ 분위기가 한결 부드러워지고 자세들도 편해졌다. 그러면서 일상에 관한 대화들이 오고 가기 시작했다. "우리 큰애가 경시대회에서 상을 타 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