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툇마루 끝에 나와 선 맨발의 감촉이 자꾸만 달라져간다. 싸늘하게 전해져 오르는 선선함이 임행자의 빡빡 깍은 머리 끝까지 타고 오는 듯싶다. 저 높이로 둥실 떠오르는 파란 하늘하며, 산 속 나무들의 색깔이 비현실적으로 선명하게 보인다. '그래, 바로 작년 이맘때쯤일 거야! 유난히 높고 파란 하늘 아래 총총하게 들어찬 나무들 사이로 웃음을 흩날리며 함께 뛰어다니던 그 친구들. 야생밤나무 밑에서 그 까칠한 밤송이들이 머리 위로 떨어져도, 아픈 줄도 모르고 흔들어 따먹던 밤의 아릿한 맛. 집에서는 한창 추석 음식준비로 분주하고 어머님이 사오신 때때옷이 장롱 속에 들어 있고, 아!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었던 그 시절. 뒷집 은철이는 머리에 이가 너무 들끓어 머리를 빡빡 깍아버려 모두들 까까중이라고 많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