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행자야, 어서 이리 나와 봐라. 여기 곳곳에 네 머리통이 있다. 늘 임행자를 상대로 장난을 치는 원주스님의 장난기 섞인 소리에 그이는 '이번엔 당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으로 느릿느릿 걸어나갔다. 원주스님은 절 아래쪽 밭에서 그이를 보고 웃고 계셨다. 거기는 바로 봄에 그이가 빠졌던 호박똥구덩이가 있던 자리였다. 여름의 따가운 햇살이 그의 빡빡 깍은 머리를 훑고 지나갔다. 아침녘에 삭발한 그의 머리는 반들반들 햇빛 속에서 윤이 나고있었다. "와!'' 밭으로 내려간 그이는 저도 모르게 환성을 질렀다. 여기저기 조그맣게, 동그랗고 길다란 호박들이 매달려 있었다. "저기 저, 네가 빠졌던 넝쿨호박 똥구덩이에서 나온 저 호박이 조금만 더 크면 바로 네놈 머리통이랑 똑같겠다." 아니게 아니라 동글동글하니 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