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6 173

막역지우ㅣ莫逆之友

○ 서로 거스르지 않는 친구라는 뜻 ○ 莫(말 막) 逆(거스릴 역) 之(어조사 지) 友(벗 우) 장자(莊子) 내편(內篇) 대종사(大宗師)에 보면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내용의 우화가 나온다. 이 우화는 둘 다 바깥의 사물에 얽매이지 말고 천리(天理)를 좇아 마음을 비우라는 이야기를 하기 위한 것으로, 그 도입부가 다음과 같이 시작된다. 여기 나오는 인물들도 물론 가공 인물이다. ‘어느 날 자사(子祀)·자여(子輿)·자려(子犂) ·자래(子來) 네 사람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누가 능히 없는 것으로써 머리를 삼고, 삶으로써 척추를 삼고, 죽음으로써 엉덩이를 삼겠는가. 누가 생사존망(生死存亡)이 일체임을 알겠는가. 내 이런 사람과 벗이 되리라.” 네 사람이 서로 보며 웃고 마음에 거슬리는 게 없어서 마침내 ..

고사 성어 2022.06.20

방망이 찜질 정도야

새벽잠을 뚫고 들려오는 도량석 소리는 왜 이리도 야속한지...... 전날 힘들게 일 했던 기운이 아직도 몸 이곳저곳에 피곤의 무게로 남아 있어서, 뻑뻑해진 몸을 이리저리 뒤척이며 그이는 조금 더 잘 수 없을까 하는 망상을 피워 본다. 그러나 문 앞을 지나 점점 멀어지는 도량석 소리에 까무륵 다시 잠에 빠져들 즈음, 큰스님의 방망이 자락이 퍼뜩 떠오르자, 곳곳에 남아 있던 피로 정도는 자취도 없이 사라져버린다. 지난 저녁, 시원한 동치미 국물을 너무 들이켠 탓일까? 갑자기 느껴진 요의가 잠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데 한몫을 한다. 간밤에 눈이 내렸나 보다. 온 세상이 하얗게 하얗게. 그야말로 은세계로 보인다. 여느 사람보다 낭만적인 부분이 무딘 임행자였지만 오늘같이 흰눈이 쌓인 새벽을 맞는 날은 포근한 기분에..

코를 베어 코에 붙이다

매우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부인이 있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딱 한 가지 흠이 있었는데, 바로 못생긴 코였다. 남편은 부인을 사랑했지만, 늘 못생긴 코 때문에 불만이었다. 어느 날, 그는 길을 걷다가 아름답고 매끄러운 코를 가진 여인을 보았다. 여인의 잘생긴 코를 보자 그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저 여자의 코를 베어다가 아내의 얼굴에 붙이면 얼마나 좋을까.' 그는 곧 칼을 들고 여인에게 달려들어 잽싸게 코를 베었다. 그러고는 집으로 달려와 급히 부인을 불렀다. "빨리 나오시오. 당신한테 좋은 코를 만들어주리다." 부인이 나오자 그는 부인의 코를 베어내고 남의 코를 그 자리에 붙였다. 그러나 코는 붙지 않앗다. 결국 그는 부인의코만 잃어버린 셈이 되었다. *출전 28/ 권44 ​ 의 외편 에 이런 말이..

장미

6월 19일ㅣ오늘의 꽃 이 름 : 장미(Sweet Brier) 학 명 : Rosa hybrida 과 명 : 장미과 분 포 : 북반구의 한대·아한대·온대·아열대 서 식 : 조경용 재배 크 기 : 높이 20cm∼5m 개 화 : 5월 중순경부터 9월경 꽃 말 : 사랑(love) 관목성의 화목(花木)이다. 야생종이 북반구의 한대·아한대· 온대·아열대에 분포하며 약 100종 이상이 알려져 있다. 오늘날 장미라고 하는 것은 이들 야생종의 자연잡종과 개량종을 말한다. 장미는 갖춘 꽃으로 꽃의 아름다운 형태와 향기때문에 관상용과 향료용으로 재배해왔으며, 개량을 가하여 육성한 원예종(Rosa hybrida Hort.)을 말한다. 지금까지 2만 5000종이 개발되었으나 현존하는 것은 6~7000종이며, 해마다 200종 이..

연작처당ㅣ燕雀處堂

○ 처마 밑에 사는 제비와 참새 ○ 燕(제비 연) 雀(참새 작) 處(머물 처) 堂(집 당) '처마 밑에 사는 제비와 참새'라는 뜻으로, 편안한 생활에 젖어 위험이 닥쳐오는 줄도 모르고 조금도 경각심을 갖지 않는 것을 비유하는 고사성어이다. 공총자(孔叢子)에서 유래되었다. 연작처옥(燕雀處屋)이라고도 한다. 중국 전국시대에 진(秦)나라가 조(趙)나라를 침공하였다. 조나라에 이웃한 위(魏)나라의 대부들은 한결같이 조나라가 이기든 지든 위나라에 이로울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조나라가 승리하면 조나라에 복종하면 되고, 조나라가 패배하면 피폐해진 틈을 타서 공격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서였다.그러나 재상인 자순(子順)만은 이를 반박하며 말하였다. "진나라는 탐욕스럽고 난폭한 나라여서 조나라와 싸워 이긴 뒤에는 틀림없이..

고사 성어 2022.06.19

자상모순ㅣ自相矛盾

○ 스스로 창과 방패처럼 말이나 행동이 어긋나다 ○ 自(스스로 자) 相(서로 상) 矛(창 모) 盾(방패 순) 어떤 사실의 앞뒤가 맞지 않을 때나 두 가지가 이치상 어긋날 때 흔히 矛盾(모순)이라 말한다. 창(矛)과 방패(盾)다. 공격과 방어의 좋은 무기를 두고 제일 좋은 것이라 턱없이 자랑하다 낭패를 당한데서 나왔다. 인간은 모순의 주인이라 말을 하지만 앞뒤 안 맞는 일은 세상사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바늘보다 실이 굵다’, ‘거지가 도승지를 불쌍하다 한다’ 등 속담도 많고 성어도 제법 보인다. 모가 진 자루로 둥근 구멍을 막지 못한다는 方枘圓鑿(방예원조, 枘는 자루 예, 鑿는 뚫을 착, 구멍 조)가 있고 많이 쓰이는 二律背反(이율배반), 自家撞着(자가당착)도 같은 뜻이다. 戰國時代(전국시대) 楚(초)..

고사 성어 2022.06.19

죄값치르기

벌써 며칠째인지도 모른다. 해우소에 가서 얼굴이 시뻘개지도록 힘을 주지만 도대체 제대로 볼 수가 없는 것이었다. 뱃속이 더부룩한 것이 마른 방귀만 뿡뿡 나올 뿐, 그 동안 뱃속으로 들어가고 필요없는 것들이 나놀 법도 한데 어찌된 일인지 뱃속으로 들어가기만 할 뿐, 밖으로 나오는 것은 며칠째 마음먹은 대로 되어주질 않았다. 추운 해우소에서 엉덩이가 시릴 정도로 한참을 노력해 보았지만 성과가 없었다. 해우소에서 나온 임행자는 배를 슬슬 문지르며 방으로 가다가 방향을 바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골방 쪽으로 걸어갔다. 골방에는 짚을 펴놓고는 그 위에 지난번 딴 감들을 소복소복 얹어 놓았다. 나무에서 막 딴 감은 떫고 입에 엉겨붙어서 무슨 맛인지도 몰랐는데, 며칠 사이 그 감들이 몰랑몰랑한 연시로 변해가고 잇었다...

세가지 어리석음

수백 마리의 아내를 거느린 푸른 공작새 한 마리가 있었다. 어느 날 그는 무리 중에서 매우 아름다운 공작새를 발견하고는 아내로 삼은 후 다른 아내들을 모두 내쫓았다. 그는 아내의 아름다움에 반하여 매일 먹이를 물어다주었다. 그때 그 나라의 왕비가 병이 들어 오랫동안 자리에 누워 있었다. 어느 날 왕비가 꿈을 꾸었는데, 한 노인이 나타나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처방을 알려주었다. "푸른 공작새의 고기를 먹으면 낫게 될 것이오." 꿈에서 깨어난 왕비는 이 사실을 왕에게 알렸다. 왕은 온 나라의 사냥꾼에게 푸른 공작새를 잡으라고 명령했다. 사냥꾼 한 사람이 공작을 잡기 위해 곡식에 꿀을 발라 풀 섶에 뿌려두었다. 마침 푸른 공작이 그것을 발견하고는 아내에게 먹이를 물어다주기 위해 땅에 내려왔다. 그러자 숨어 있..